전생에 고란(顾鸾)이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바로 자신의 목숨이었다.
간택 때, 그녀는 본래 매우 아름다운 축에 속했지만 궁중 암투가 두려워 기꺼이 상궁국(尚宫局)으로 가 여관(女官)이 되었다.
상궁국에서 그녀는 평온하고 자유롭게 지냈다. 무려 25년의 세월 동안 그녀는 어린 궁녀에서 상궁 여관으로 승진하여 나름대로 큰 권력을 쥐게 되었다.
그 후로 그녀는 천자의 침전을 빈번하게 드나들기 시작했고, 오가다 보니 황제와도 꽤 친해졌다. 두 사람의 성격은 매우 잘 맞았고 종종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으며, 황제는 그녀를 지기(知己)로 여겼다.
다만 안타깝게도 그때 그녀는 이미 마흔 살이었고, 붉고 고왔던 얼굴은 늙어버렸으니 어디에 연정을 고백할 용기가 있었겠는가. 그는 그녀보다 몇 살 더 많았고 또한 후궁에는 이미 마음이 없었으니, 그들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은 이미 조용히 흘러가 버린 후였다.
그녀는 마음이 쓰라려 조물주의 장난을 탄식하면서도 그저 조용히 그의 곁을 지킬 수밖에 없었고, 이 길을 걸은 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. 이 20년 동안 그녀는 종종 생각했다. '만약 그때 후궁에 들어갔더라면, 지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.'
임종을 앞두고, 그녀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연정을 밝히는 장문의 편지를 그에게 썼지만, 오랜 갈등 끝에 결국 그 편지를 태워버렸다. 그저 이 마음을 무덤 속까지 가져가고 싶었을 뿐이었다.
다시 눈을 떴을 때, 아름다웠던 청춘이 돌아와 있었다. 고란은 속으로 ** 듯이 기뻐하며, 이번 생에는 반드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살아보리라 다짐했다.
상황을 파악하고 나서야 그녀는 깨달았다. 지금의 자신은 이미 궁녀가 되어 있다는 것을.
그녀는 어쩔 수 없이 큰돈을 들여 어전의 궁인을 매수해, 전각에 들어가 차를 올릴 기회를 한 번 얻어냈다.
그러나 그날이 오기도 전에, 그녀는 갑자기 상궁국에서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고 말았다.